번지넷 : 유산 (로어,스토리)

a123456 2020.03.11 08:06 조회 수 : 28

 

 

유산

 

 

부식
루쿠스 플래넘 확장 공간
화성
 
지각의 신음이 지표면을 뒤흔들었다. 아폴리나리스 몬스는 이틀 동안 화쇄암의 구름을 토해냈지만, 결국엔 지진이 그 야망을 잠재웠다. 지진은 화산의 남부 경사면을 붕괴시켜 아폴리나리스의 칼데라를 지지하고 있던 지괴를 자유 낙하시켰다. 쏟아져 내리는 산사태 위로 화산 번개의 갈래 불빛이 피어오르는 재의 기둥을 꿰뚫었다. 화성의 얼굴이 붕괴되고, 그와 함께 소중했던 시절의 광휘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모래로 연마된 뼈처럼, 현무암 절벽에 점점이 박힌 합금 시설물이 강철 상자에 예쁘게 담은 전리품처럼 나타났다. 
 
화성의 새로운 폭풍이 붉은빛으로 하늘을 갈랐다.
 
산화된 모래의 풍경이 부서진 산 주위로 한없이 뻗어 나가고, 다수의 경사면을 지나 붕괴 이전에 아폴리나리스의 기반을 감싸고 있던 주름으로 이어졌다. 갈라진 화산의 경사면에 파인 홈으로 모래가 흘러내렸다. 쓰러진 아레스의 손가락에서 떨어져 내린 후 시간 속에 사라져 누군가 발굴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사구가 강한 바람에 실려 폐허에서 바깥쪽으로 이동했다. 새롭게 생겨난 사구는 늘 이전 것보다 조금씩 멀리 있었다. 바람에 날려 간 모래 아래, 아이올로스의 숨결로 과거의 때를 벗고 햇살 아래 드러나는 화석처럼, 듬성듬성 금속이 박힌 현무암이 드러났다. 바람은 이제 돌의 저항에서 벗어나 탁 트인 황무지에서 포효했고, 주위 사막에 곰보 자국처럼 남은, 소금으로 덮인 야르당을 따라 펼쳐진 후 다시 흐름에 합류했다. 모래와 재가 그 뒤를 따랐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오팔색 첨탑 열세 개가 진입로를 둘러쌌다. 첨탑은 칼데라의 대홍수에 떠밀려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재와 그을음의 광란이 지나간 자리에 불타 버린 뼈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폭풍 안에서 빛이 굴절되었다.
 
붉은 바다의 장작불. 
 
아직 따뜻한 석탄.
 
체류자의 환영.
 
아나 브레이는 간이 방진복으로 이용하려고 겹겹이 온몸을 두른 옷들을 지저분한 숄처럼 프레임 뒤쪽으로 휘날리며 새롭게 가라앉은 공간을 가로질렀다. 진주는 그녀의 앞에서 미끄러지듯 질주하며 얇은 빛의 보호막을 펼쳐 맹렬한 바람을 막아냈다. 그녀는 칼데라의 가장자리에서 멈춰 섰다. 아폴리나리스 몬스의 넓은 산마루가 지평선을 점령하기라도 하려는 듯 시야를 가장자리까지 꽉 채웠다. 맞춤형 스노마스크에 삽입된 공명기가 윙윙거리며 바이저의 모래를 털어냈다. 
 
"진주, 폭풍 얘기는 네 말이 맞았네. 당분간 사라질 것 같지 않아." 호흡기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다소 치직거렸다.

진주는 새침하게 재잘거리더니 양옆으로 의체를 흔들었다. 

아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모험심은 다 어디다 버린 거야?"

진주는 비난하기라도 하듯 지금까지 지나온 거리를 살펴보고, 다시 남아 있는 거리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시선을 아나에게 돌렸다.
 
"그래. 공중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멀어 보이지 않았단 말이지." 그녀는 주머니 탄띠를 머리 위로 들어 어깨에 다시 걸었다. 절대온도 18도가 둔부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강화된 두 눈이 뒤틀리며 칼데라 건너편 절벽의 절단면에 삽입된 시설에 초점을 맞췄다. 브레이테크. 단단하고 우직한 형체. 그녀 혈통의 자손들이 남긴 기념비. 아나의 손이 탄띠 주머니의 용수철식 자물쇠를 찾아 열고, 위치 추적기를 꺼내 작동시켰다. 낮은 해상도의 초록색 화면이 켜지고, 리드미컬한 신호가 앞쪽 어딘가에서 울려 퍼졌다. 
 
전쟁위성 스파이크 통합
거리: 31,739미터
출력: 51 GWh 
가이거 수치: (!) 67 µSv/y (!)
생물 활동: 없음
네트워크 업링크: 없음
브로드캐스트 신호: 없음
시간: 12:04
"군체도, 기갑단도 없군. 놈들 수가 많이 줄어들었거나, 우리가 생각보다 여기 빨리 온 모양이야." 아나는 유황으로 오염된 호흡기 필터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진주는 적이 없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았는지 짹짹거리듯 말했다. "그럴 때가 됐죠."

"그렇지?" 아나는 추적기를 돌아봤다. "뭔진 몰라도 위력이 엄청난데."

진주가 천천히 아나의 어깨 위에 나타나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지열을 이용하는 건 일리가 있네요." 그녀는 칼데라 중앙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는 추적기를 다시 집어넣기 전에 정보를 메모리에 입력했다. "수치가 좋아. 잘했어, 붉은 거장."

그 말에 응답하듯 마멀레이드 색조가 헬멧 속에 번졌다.

"별말씀을."
 
*** *** *** *** ***
 
노출된 시설의 입구 지붕으로 내려가는 길이 가장 깔끔한 경로였다. 시설의 입구 둑길을 멀리 아래쪽에 두고, 터널 아치 꼭대기에 올라선 셋은 칼데라를 내려다봤다. 
 
진주는 부식된 지붕에서 돌출된 실린더를 스캔했다. 오랜 세월이 그 금속 프레임을 두껍게 감싸고 있었다. 아나가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휴대용 칼로 실린더에 고정해 놓은 라벨의 부식을 긁어냈다.
 
두개골 노드 S-0319
 
아나는 장갑으로 실린더 노드를 문질러 금속 외피에서 모래와 기름때를 닦아내고 접합선을 찾았다. "안녕, 두개골 노드 S-0319. 만나서 반갑다, 이 엉큼한 자식아."
 
그녀는 칼날을 움직여 녹을 떼어내고 그 아래의 변색된 금속을 드러냈다. 부식이 강철의 광택을 더럽히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 그녀는 손바닥으로 원을 그리며 실린더를 문질렀다. 재가 조금씩 얇아지다가 탁한 왁스 광택제처럼 뒤섞였다. 아나는 한숨을 내쉰 후 어깨를 돌리고 계속해서 오물을 뜯어냈다. 칼날이 노드의 접속 패널 접합선의 갈라진 틈에 걸렸다. 아나는 칼을 통해 빛의 충격을 밀어 넣어 녹슨 자물쇠를 뜯고 접속 패널 덮개를 떼어냈다.
 
보조 접속 장치
레드라인-1-가동
범주 — 항쇄 #9
브레이테크™
일련 번호 – 1012058112-CLVS-9
 
"보조 접속 패널이라니. 폐쇄 시스템에 이런 걸 왜 설치한 거지... 그것도 외부에?"

진주는 어깨를 으쓱하듯 의체를 옆으로 기울였다. "모르죠."

"아카이브에 아무것도 없어?"

진주는 의체를 좌우로 흔들었다. '없어요.'

아나는 자세를 바꿨다. "이게 뭔지 알아, 붉은 거장?"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과 함께 모호한 표현이 그녀의 바이저에 스친 후 사라졌다. 
 
"메인프레임에 연결한 후 뭐 생각나는 게 없나 보자고."  아나는 무릎을 꿇고 노출된 노드 패널을 살펴본 후 다시 덮개를 덮었다. "아틀라스에 관한 거라도 있겠지." 폭풍 속에서 죽어가길 바라며 던진 말이었다. 아틀라스. 클로비스 브레— 할아버지의 수수께끼 기록. 그 모호함을 극복하는 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하지만 아나의 투지는 굽힐 줄 몰랐다. 여기에서라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주는 재잘거리며 폭풍의 가장자리를 뚫고 지는 해를 향해 의체를 까닥거렸다. 천둥이 울려 퍼졌다.
 
아나는 체중을 발뒤꿈치로 옮기고 가속도에 몸을 맡겨 모래 속에서 앉은 자세를 취했다. 두 눈은 무너진 모래의 홈 전체에 걸쳐 뻗은 부식의 흐름을 따라갔다. 머리 위 구름에서 붉은 전선이 뻗어 나와 몇 킬로미터 밖에서 태양의 창백한 빛을 거의 가로막았다. 이 별은 허약한 전구였다. 희미한 온기의 꽃잎이 구름을 벗어나 아나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꽃가루처럼 피부에 스며들었다. 그녀는 잠시 그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지평선에서부터 스멀스멀 밤이 다가왔다. 어둠이 불러올 추위도 함께였다. 
 
노출 가능성이 있으니 오랫동안 머무를 수는 없었다.
 
아나는 아래쪽 둑길을 바라봤다. 강화 방폭문은 부식에 거칠어지고 변형되어 열려 있었다. 진주는 백여 미터가량의 내리막을 흘긋 보고는 주저 없이 내려갔다. 아나는 탄띠에서 이중 밧줄을 꺼내 돌에 묶었다. 그리고 무게 중심을 옮긴 후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빛의 쿠션에 몸을 실어 하강 속도를 늦췄다.
 
두 발이 땅에 닿고, 고스트가 곁으로 다가왔다. 아나는 이중 밧줄의 반대쪽 끝을 둑길의 강철에 단단히 묶은 후 자동 승강기를 연결했다. 그리고 자동 승강기를 작동시킨 후 밧줄에서 벗어났다.
 
진주가 아나를 향해 의체를 돌렸다. 고스트의 홍채가 두 눈과 마주쳤다.
 
"누가 있는 것 같아?" 아나는 입구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계피가 떠오르는 향긋한 색조가 파문을 일으키고, 먹먹한 느낌이 흐릿하게 바이저를 채웠다.
 
진주는 재잘거리며 뒤쪽에 있는 무언가를 향해 의체를 까닥였다.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분리된 표지판이 노출되어 있었다.
 
클로비스 — 9
 
모험을 기대하며 열정이 차오른 아나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9? 화성의 현장은 모두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녹청

클로비스 — 9
아폴리나리스의 칼데라
 
조각난 방폭문이 끼긱 소리를 냈다. 바람이 칼데라 위를 핥고 금속 조각의 우둘투둘한 틈새를 지나며 휘파람을 불었다. 방폭문은 벗겨져 나갔고, 소용돌이 모양 고밀도 플라강철은 죽은 거미 다리처럼 뒤틀렸다.
 
아나는 손상된 부위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 문은, 금고처럼 만들어진 거란 말이지. 뭔가 이걸 뚫고 들어갔어."
 
진주가 프레임 단위로 문을 스캔했다. "저 정도의 플라강철을 뚫으려면 엄청난 위력이 필요했을 텐데요."
 
 
열에 의한 변색, 마찰 마멸, 격렬한 저항이 금고 형태의 문 전체에 번져 있었다. 방사선이 네온 페인트를 흩뿌린 것처럼 금속 표면에 흉터를 내고 녹청색 핏줄을 새겨 놓았다. 변색은 문의 중앙을 장식했던 긴 조각에 집중되어 있었다. 주변 가장자리는 대부분 아직 그대로였고, 다소 부풀어 오른 채로 주위 아치에 여전히 부착되어 있었다. 
 
아나는 방폭문에 다가가 강철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녀는 바이저의 공명기를 찰싹 때려 조용하게 했다. "위쪽에서는 이게 보이지 않았어. 그냥 단순히 구멍이 난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자국 좀 봐."
 
진주가 아나의 머리 위에 떠 올랐다. 진주의 홍채가 금속의 함몰된 작은 구멍 안에 있는 소용돌이 패턴을 추적했다. 둘은 문의 중앙에서 서로 뒤엉키며 바깥쪽으로 뻗어 나가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깊이의 홈을 따라갔다.
 
"그러니까… 뚫은 건 아니네요. 밀었다고 해야겠는데요." 진주는 금속의 피로 골절 부위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손상이 아주 섬세하게 가해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꼼꼼하게 자르고, 구부리고, 개별 돌출부를 매끄럽게 다듬은 것 같았다. 
 
아나는 손가락 끝에 뾰족한 빛의 발톱을 씌운 후 부식을 긁어내 살균 용기에 담고 탄띠에 보관했다.
 
진주가 재잘거렸다. "이 손상은 화산 분출 이전에 일어난 거예요.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요. 물이 범람하지 않은 것도 기적이네요."
 
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패턴은 꼭... 주파수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붉은 거장?"
 
벌꿀에 빠진 듯한 색조가 화사하게 아나의 헬멧을 뒤덮었다.
 
"황금기 거라고. 당연하겠지." 아나는 생각에 잠겨 손바닥을 주물렀다. "생물 활동 스캔 결과는 비어 있는데. 누가 이런 짓을 한 건진 몰라도 이미 떠난 것 같아."
 
진주는 불빛을 켜고 문 구멍 안을 비췄다. "수호자 먼저 가시죠."
 
아나는 고스트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있잖아, 보통은 부하가 먼저 들어가는 거야."
 
"맞아요." 진주는 재잘거렸다.
 
라스푸틴이 찬란하고 권위적인 보라색 빛을 리드미컬하게 아나의 헬멧에 비췄다. 그 빛은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고, 관현악의 가는 떨림이 귓가에 맴돌았다.
 
"하. 하." 아나는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아나가 앞장섰다. 
뚫린 문으로 밀려들어 휘날리는 재를 뚫고 진주의 빛이 퍼져 나갔다. 하지만 다른 모든 곳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가득했다.  그들 주위 공간은 작고 소박한 아트리움이었고, 앞쪽에는 커다란 창문 두 개가 있는 화물 승강기가 있었다. 얼룩과 자욱한 오물 때문에 그 너머의 거대한 시설이 보이지 않았다. 분할된 접수처가 오른쪽 공간을 채우고, 그 반대쪽 벽에는 물품 보관함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개중에는 충격으로 생겨난 구덩이에 쓰러져 재에 뒤덮인 것도 있었다. 머리 위로는 금고 문과는 떨어져 있는 커다란 자이로 암이 천장에 설치되어 있었다. 주위 구조물이 갈라진 모습을 보면 거칠게 부러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방은 높이가 특별히 높진 않았다. 입구의 틀을 겨우 수용할 수 있는 공간만 확보되어 있었다. 자이로 암으로부터 천장은 급한 각도로 내려와 승강기 장치 상단에 연결됐고, 아주 오래전 터지거나 타서 바닥에 떨어진 전구 파편들이 진주의 광선을 반사하여 주위의 벽에 화려한 빛줄기를 뿌렸다.
 
아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바스락거리는 유리를 밟고 창문에 다가갔다. 방 전체를 스캔하자 바이저에 적외선 신호가 파문을 일으켰다. 열 신호는 전혀 없었다.
 
"붉은 거장을 들여보낼 접속 지점이 전혀 안 보이는데." 절망적인 당혹감에 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해져 갔다.
 
진주는 윙윙 소리를 내며 아나를 스쳐 날아갔고, 자신을 디컴파일하며 빛의 데이터 탐침이 되어 승강기 주위 벽을 샅샅이 살폈다. 진주의 불빛도 함께 사라졌다. 어둠이 아나를 덮쳐 진주가 떠난 빈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빛의 근외막에 접촉하고는 또 하나의 피부처럼 그녀를 감쌌다.
 
그 심연에서 그녀는 기다렸다. 가만히 멈춰 서서.
 
시간은, 어둠 속에서 늘어난다.
 
아나는 유리에 손가락을 대고 몸을 기울였다. 단단하고, 차갑고, 압력에 저항하는 듯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끌어 두텁게 쌓인 검댕에 긴 줄을 새겼다. 그리고는 주먹 쥔 손으로 문질러 얼룩을 닦아내고 깨끗한 구멍을 냈다.
 
머리 위에서 펑 소리가 나며 유리가 헬멧에 찰랑 떨어져 내렸다. 아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얼마 남지 않은 형광 전구에 전기가 밀려들었다. 일부는 재와 불꽃을 날리며 터져 버렸지만, 희미하게나마 방을 밝힐 정도는 남아 있었다. 새로 닦은 현창 안쪽, 검은 액체의 광활한 바닷속에서 깜빡거리는 불빛이 부풀어 올라 사이키델릭한 파도가 되어 끝없이 솟아오르는 회로의 평원을 휩쓸었다. 아나는 유리창에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댔다.
 
승강기에서 칙칙 소리가 났다.
 
승강기와 창 사이를 막고 있던 현무암 가벽에 얇은 오버레이 인터페이스가 깜빡이며 깨어나 
아나의 주의를 끌었다. 
 
진주가 다시 컴파일을 해서 나타났다. 공중에서 표류하는 움직임에서 의기양양한 리듬이 묻어났다. 진주의 광선이 어둠을 가르고 비추었다. "라스푸틴이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진홍빛 채찍이 아나의 바이저에 독기를 뱉었다.
 
"잘했어, 진주. 붉은 거장, 열 내지 마."
 
셋은 승강기를 탔다.
 
승강기가 내려갔다.
 
적재 중량—14515kg
 
그들은 대각선 방향으로 표류하듯 내려갔다. 양쪽에 페인트 스탬프로 찍힌 로고가 눈에 익었다.
 
>>> 클로비스 — 9 >>>
 
브레이라는 이름은, 사람들이 아는 한은 옛날부터 클로비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갱도 벽의 보존물은 점점 얇아지는 재의 막에 덮여 희미하긴 하지만, 승강기 벽의 육각 철조망을 통해 보이는 스텐실 로고를 통해 그의 유산을 공고히 하고 있었다. 
 
아나가 휘파람을 불었다. "라아아스푸틴. 여기 네 이름이 온통 적혀 있네."
 
위압적이고 낯선 공간을 인식하여 무감각한 침묵이 돌아온다.
 
>>> 항쇄 격리 / 관리 >>>
 
화물 승강기가 돌 갱도를 벗어나 유리 전망대로 들어가자 유압식 파이프가 신음했다.
 
아나가 발을 내딛고, 진주가 바로 뒤를 따랐다. 둘은 녹슨 철사 너머로, 회로와 데이터 코어가 거대한 맹그로브처럼 한데 얽히고설킨 채 바다 같은 수조에 잠긴 광경을 보았다. 냉각수가 얕은 숨을 쉬며 사파이어색 배선 다발 사이로 밀려 들어왔다 밀려 나갔다. 그들이 마치 시냅스 자극처럼 탑 사이를 이동하는 동안, 향정신성 서지가 뒤죽박죽의 전기 아크를 휩쓸고 지나갔다.
 
유리를 통해 색이 쏟아져 들어와 눈꺼풀과 눈동자 위를 흐르고, 희미한 비상 조명을 물들였다. 아나는 열띤 숨처럼 헐떡이며 승강기 위로 펼쳐지는 색채의 사이로 들어갔다. 언제까지고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기다려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리드미컬하고, 찰나적이며, 광적이고, 아름답다.
 
구속되어 있다.
 
아나의 바이저에 뭔가 깜박였다.
 
(!) 저산소 경고: b/o 77% (!)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현실로 돌아와서, 숨을 쉬었다. 날카롭게.
 
아나는 진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은 여전히 유리에 못박혀 있었다.
 
"저건 서버야? 아카이브?" 저류를 이루고 있던 흥분이 아나의 목소리를 뚫고 나왔다. 아나는 늘 머릿속에서 아틀라스를 일지나 숨겨져 있는 하위 파일 디렉터리 따위로 형상화했는데… 이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다면… 그토록 오랫동안 묻혀 있던 보석이 아직도 그녀를 놀라게 할 힘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주가 액체를 스캔했다. "보호막이 있어요." 진주는 실망의 무게에 짓눌린 듯 조금 꺼졌다. "서버를 예비 전력으로 구동하는 건 이상하네요. 서버가 맞다면 말이죠. 아트리움에 있는 보조 차단기를 작동시키는 게 한계였어요."
>>> 메인프레임 접속 >>>
 
"그나마 제대로 가고는 있어."
 
철컹철컹, 끼익끼익 소리가 갱도에 울려 퍼지더니 승강기가 멈추었다.
 
문이 흠집 하나 없는 레일을 따라 양쪽으로 미끄러져 벽 안의 홈으로 들어가고, 관리 구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개의 서비스 해치, 섬유 선 다발, 신경계 같은 터널이 시설 전체를 얽고 있었다.
 
바로 앞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항쇄 메인프레임
파라곤
아나의 바이저가 켜지면서 그들 아래에 망처럼 뻗어 있는 터널에 묻힌 채로 죽은 네트워크 애퍼처를 강조 표시했다. 
 
"진주, 우리를 저기로 들여 보낼 수 있겠어?
 
진주의 의체에서 구겨지는 소리 같은 웃음이 들려왔다. "전력이 곧 복구될 거예요."
 
아나는 메인프레임 문으로 다가갔다. 그 뒤에서 진주의 빛무리가 사라졌다. 방폭문은 아니지만 관리 구역 내의 해치보다는 훨씬 묵직했다. 아나는 문에서 돌아서서 다시 방을 살펴보았다.
 
그때 황동색 불빛이 깜박이더니 바이저를 관자놀이에서 관자놀이로 가로질렀다. 매끄러운 바닥에 울퉁불퉁한 흔적 위에 탄도 신호가 떠올랐다. 충격으로 홈이 파이면서 날아 나온 용암이 바닥 곳곳에 얕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라스푸틴이 충격 지점에 띄운 신호 주위에 흩뿌려진 광택 나는 파편으로 보면, 포화는 세 지점에 집중되었던 모양이었다.
 
"누가 여기서 총격전을 벌였군. 그런데 총알이 다 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것 같아. 눈썰미 좋네, 붉은 거장."
 
새틴 같은 만족감이 아나의 피부를 덮더니 향수처럼 녹아 사라졌다.
 
진주가 자랑스럽게 다시 나타났다.
 
"보조 전원을 서서히 끊을게요. 주 발전기 22대가 곧 가동돼요. 1, 2분 후면 시스템 기능이 온전히 복구될 거예요."
 
"네가 없으면 난 어떡할까?"
 
"한 번만 죽을 테고, 그걸로 끝이겠죠."
 
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이를 악물어 미소를 감추었다.
 
라스푸틴은 침묵을 지켰다.
 
셋이 문 앞에 자리를 잡자, 차단기가 작동하며 시설에 천둥처럼 전류가 흘러들었다.
 
아나는 절대온도 18도가 든 총집의 끈을 풀었다.
 
바닥과 천장의 구석과 홈을 따라 빛의 띠가 깜박이며 켜졌다. 그들 뒤의 총알 자국에 미광이 어렸다.
 
 아나가 주먹을 진주에게 뻗자,
 
진주가 의체로 주먹을 툭 쳤다. 
 
아나는 손마디로 헬멧을 두드려 둔탁하게 응답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뒤에 있어."
 
메인프레임 문 위의 중앙에 있던 렌즈가 깜박이며 눈을 떴다. 렌즈는 적색 광선으로 일행을 훑고 아나 브레이의 배지에 초점을 맞추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노쇠한 스피커가 울부짖는 듯한 합성음으로 승인을 알렸다. 피스톤식 잠금장치가 실리콘 그리스 덮개 안으로 움직이더니, 문이 올라가서 천장으로 들어갔다.
 
시체다. 
 
섬광등처럼 깜박이는 그림자에, 초라하게 늘어진 세 개의 형체가 드러났다. 그것들은 무지갯빛 기름 웅덩이에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끈적거리는 점액이 닳아 빠진 직물의 올에 엉겨 붙어 있었다. 낡은 기둥이 기름 속에 박힌 듯이. 전력도, 빛도 없었다. 
 
"엑소예요." 현장을 둘러보는 진주의 움직임에 침울함이 묻어났다. "수리가 가능할—
 
그리고 다시 기억을 지우라고? 안 돼." 아나는 진주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서 기름 웅덩이를 조심스레 피하면서 그중 하나를 굽어보았다. "그냥 둬… 어차피 어디 가지도 못할 테니까."
 
시신 사이에는 광택이 나는 장치가 놓여 있었다. 크기로 보면 작업자가 쓰는 것이었고, 테두리를 따라 멋을 부린 글귀가 새겨진 촉수 같은 귀금속 공예가 두드러졌다. 장치의 중심부는 프레임에 고정되어 있고 아나의 헬멧에 있는 작은 공명기를 닮은 여러 개의 백금 원반에 연결되어 있고, 깔때기 모양의 인공 다이아몬드 베어링으로 끝이 났다.
 
"이들이 입구의 문을 열 때 썼던 장치예요." 진주가 장치를 스캔하여 구조적인 결함을 진단했다. 망가지고 뒤틀렸지만 황금기의 아름다움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손상이 심한데요. 가동은 불가능해요. 그래도 아예 가망이 없진 않아요."
 
진주가 기계를 들여다보는 사이 아나는 한 엑소의 시신에 다가갔다. "이걸 물질 전송으로 보내 둘까요?"
 
"그래…" 딴 데 정신이 팔린 대답이었다.
 
아나는 무릎을 꿇었다. 바이저가 총알 구멍과 파열부, 기계적 결함을 감지해 표시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엑소의 유니폼에 박힌 브레이테크 로고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나는 엑소의 허리띠에서 죔쇠에 녹이 슨 배지를 떼어 냈다. 
 
0220-17
에코 프로젝트
파라곤 등급
 
"이걸로 승강기를 타고… 문 스캔을 통과한 거군. 얼마나 오래전의 일일까?"
 
그때 전력이 들어왔다. 방 전체에 전류가 흐르자 기다란 형광등이 웅웅거렸다. 반대쪽 벽의 움푹 파인 곳에 있던 유리 방에 불이 들어왔다. 유리 벽 너머에는 계단이 있고, 자동 부팅이 진행 중인 콘솔들이 늘어서 있었다.
 
진주가 엑소 하나를 분석했다. "이 아래의 환경 때문인지 보존이 잘된 상태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네요. 표본을 좀 채취할게요."
 
그때 잡음과 세월의 영향으로 만신창이가 된 합성음이 지직거리며 방을 갈랐다.
 
"보안 인증…"
 
진주와 아나가 서로를 향했다. 
 
아나가 양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하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모르겠는데!?
 
진주의 눈빛이 격해졌다. 마치 텔레파시로 생각이 들리는 듯했다. 어떻게든 해 볼래요?
 
"브레이, 아나스타시아. 인증—"
 
스캔이 그들을 훑었다.
 
"이상 개체 감지…
일탈 정신 감지…"
 
가우스 연발포 두 정이 뚝 떨어지더니 사격 제원을 산출하기 시작했다. 아나가 총을 쓰는 손으로 진주를 붙잡고 뒤로 던지는 순간, 그녀의 왼손에 무리 수류탄이 생겨났다. 코일 포가 사격을 시작하자 그녀는 옆으로 몸을 굴리며 수류탄을 반대쪽으로 던졌다. 수류탄이 터지면서 나온 반딧불 파편들이 포신를 향해 날아갔다. 연발포들이 파편의 태양 열기 신호를 감지하고 그곳에 탄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절대온도 18도가 왼쪽의 연발포를 조준하고, 불꽃을 튀기는 포를 향해 전기 탄환을 날리고 또 날렸다. 아나의 총은 과열된 채로 태양 빛이 실린 전기 탄환을 뱉어 냈다. 포신의 프레임이 녹아 내리며 금속이 뚝뚝 떨어지고, 포신이 덜거덕거렸다. 마지막 사격과 함께 자기 포신이 파열되고 로터리 브리치가 쪼개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무리 수류탄의 반딧불들이 없어지자 남은 가우스 연발포가 빙글 돌더니 아나를 조준했다. 그녀는 날아오는 총알 아래로 몸을 숙인 후, 휙 돌면서 원심력을 이용해 태양 단도를 휘둘러 포신을 갈랐다. 낼름거리는 불길과 함께 액체가 바닥에 쏟아지고 단도는 폭발했다.
 
깜박거리는 조명 대신 불길이 주위를 밝혔다. 
 
"역시 저것들은 아직 작동하네." 아나가 발꿈치로 빙글 돌아 섰다. "진주?"
 
소화 프로토콜이 작동하더니 중탄산염 거품을 뿜어 기름에 붙은 불길을 껐다. 
 
"살아 있어요!" 진주가 쓰러진 엑소 뒤에서 나와 총알투성이인 포신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보안 시스템에 걸린 적 없잖아요."
 
아나는 에코 배지를 엄지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집어 넣었다. "아마 없었지." 그녀는 반대쪽 벽으로 걸어갔다.
 
"'일탈 정신'이라니 무슨 뜻이었을까?" 진주가 아나의 어깨 곁으로 날아와서는, 몸을 반쯤 숨긴 채로 빛을 쏘아 헬멧을 두드렸다. "이 안에 있는 누구는 알려나?
 
카페인 성분의 차 향기를 품은 옥색 색조가 아나의 바이저에서 파문을 일으키다가, 그녀의 가슴에서 진한 핏빛 응어리가 되어 사라졌다.
 
"답을 알아보자."
 
아나는 유리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홈에 에코 카드를 긁었다. 삑하는 인식음이 나고 두꺼운 방탄문의 자기 잠금장치가 철컹거리며 풀렸다. 아나는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진주는 어깨 너머로 콘솔이 아나의 로그인을 처리하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뒤를 따랐다.
클로비스 — 9
>항쇄 접속
>에코 링크 (!): 대기 중인 요청
>전쟁지능 네트워크 우회
 
아나가 콘솔의 인터페이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넌 뭐지?"
 
"아틀라스가 아니네요." 진주의 낙담한 목소리가 유리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아나는 어깨 너머로 고스트를 힐끗 보고 '전쟁지능 네트워크 우회'를 선택했다. "맞아. 그런데 이 시스템에는 백도어가 있는 것 같아."
 
그녀는 섀도우 네트워크와 생산 시설, 연결되어 있는 항쇄 기지의 목록을 넘겨 보았다.
 
"아틀라스는 아니지만 이게 시작이지. 이런 기지가 열한 군데 더 있어. 전쟁지능 계획과 연결점이 전혀 없는 서브넷 방어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얘기야." 아나가 뒤로 물러섰다.
 
"왜죠?" 진주가 화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왜가 맞아." 아나는 다시 단말기를 조작했다.
 
목록의 시설은 행성계 전역에 흩어져 있었다. 지구와 달, 유로파, 지금은 해안에 속하는 소행성들. 화성. 당연하겠지. 천왕성까지 있었다. 그 궤도 기지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에코. 그녀는 이전 메뉴로 돌아갔다.
 
"에코 링크. 기지 한 군데에 대기 중인 요청이 있어."
 
가느다랗고 밝은 주석 색조가 아나의 헬멧 안에서 정신없이 날뛰며 금속성 악취를 풍겼다.
 
"항쇄라니 불길하긴 하네." 아나는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셋은 항쇄 접속 메뉴를 살펴보았다.
 
>레드라인 프로토콜 – 항쇄 테스트 
 
상태: [준비 완료]
 
>레드라인 프로토콜 – 항쇄 가동 
 
권한 등급: [P-7s]
 
>레드라인 프로토콜 – 항쇄 제거 
 
상태: [대상 없음]
 
>레드라인 프로토콜 – 프로시저 개요
 
선택: [Ver. 1.072]
 
"설명을 읽어서 나쁠 거 없지." 아나는 프로시저 개요를 선택했다. 그녀의 눈길이 로딩 화면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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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프로토콜 사고 발생 시:
[파라곤 등급] 항쇄 시스템 네트워크: 클로비스 — 1 - 12. 
접속 지점: 클로비스 — 9
  • 여기에서 [일탈 정신] 사고로 통칭하는 중대 오류, 신경 퇴화, 또는 격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신경망로] 내 12개 클로비스 기지에 [전쟁지능 두뇌 파티션] 및 [격리 통합] 조치를 실행한다. 
  • 레드라인 프로토콜:
    • [정화]의 [대상 없음] 여부 확인.
      • 사용 중인 경우 시스템이 [잠김]으로 표시됨
      • 대기 중인 경우 시스템이 [대상 없음]으로 표시됨
    • 발사: 항쇄 테스트
      • 필독 [준비 완료]
    • 발사: 항쇄 가동
      • 경고: [일탈 정신] 사고 발생 시에만 실행할 것.
  • 자동 링크: [에코 비상사태]
    • 발사: [에코] 프로젝트, 자동화됨
    • [일탈 정신] 사고 발생 시 [레드라인 프로토콜 격리]를 위한 [에코 링크] 서버 연결.
  • 내부 오류 해결 지침:
    • 문제 해결…
    • 네트워크 구성도…
    • 신경망로…
    • 격리 실패…
    • 기지 관리…
    • 클로비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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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 콘솔 화면 위에서 의체를 뒤집었다. "제가 들어가 봐요?"
 
"그래. 몽땅 다운로드해. 라스푸틴을 어디로 침투시켜서 기지 통제 권한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해."
 
"네?"
 
편안한 라벤더 향기가 피어나며 아나의 슈트 안에서 싸늘하게 맺혀 가는 걱정의 응어리를 가라앉혔다. 
 
"붉은 거장. 네 두뇌를 뜯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너여야 해."
 
"그건… 그러네요." 진주가 맞장구를 쳤다.
 
아나가 콘솔에 얼굴을 바짝 댔다. "이 연결은 모두 폐쇄 시스템에서 오는 일방적인 네트워크 통합이야. 각각의 현장에서 수동으로 하는 수밖에 없겠어."
 
"아…" 진주의 목소리가 디지털화되는가 싶더니, 진주의 빛이 흩날리는 눈처럼 희미해지며 콘솔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먼저…" 아나가 다시 메인 메뉴로 돌아가서 대기 중인 '에코 링크' 요청을 선택했다.
 
에코 링크
 
카일루스 기지 현지, 천왕성
 
(!) 수동 구조 요청 전송 (!)
 
발사-1 실행, 수동 — 실패
 
1번 베이: 비정상 | 2번 베이: 비활성
 
(!) 상쇄 실패 (!)
 
(!) 궤도 하강 — 42일12분07초 (!)
 
궤도 하강 타이머가 재깍거리며 내려갔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어. 붉은 거장에게 접근 권한을 주면, 바로 기지를 구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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