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넷 : 추억 (로어,스토리)

a123456 2020.03.11 08:07 조회 수 : 20

 

 

추억

 

암흑기 후기 언젠가.

강철 군주 에프리디트, 살라딘, 펠윈터가 펠윈터 봉우리에 있는 워록 명상실의 거대한 참나무 탁자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방구석 돌을 쌓아 만든 벽난로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탁자 위에는 손으로 휘갈겨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전쟁군주 샤크스가 내 도전을 받아들였어." 펠윈터가 편지의 내용을 요약했다. "파괴된 남쪽 벽을 통과해 들어오라고 하더군. 정문은…" 그는 편지를 들어 다시 읽었다. "내후성 수리 중이야"
 
"이게 당신 계획이야?" 어딘가 미심쩍은 말투로 에프리디트가 물었다. "그자는 이걸 어떻게 보낸 건데?"
 
"고스트가 가져왔더군."
 
"너무 경솔하다." 살라딘이 말했다. "시간 낭비이기도 하고."
 
"강철 군주든 전쟁군주든, 샤크스와 싸워 이긴 자는 없어." 에프리디트가 말을 이었다. "그의 영토를 빼앗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아이코라가 있었지.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펠윈터가 대답했다. 엑소 특유의 매끈한 머리 안에서 두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에프리디트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고, 살라딘은 광택 나는 표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더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이젠 시간이 없잖아."
 
살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라데가스트는 정면 공격을 시행하려 한다. 군주 화력팀 전원을 동원했다."
 
투구 아래에서 에프리디트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진 않을걸. 그 성안엔 백여 명의 사람이 남아 있는데."
 
"샤크스가 그들을 포로로 잡고 있다."
 
"자발적으로 그와 함께 있는 거야." 펠윈터가 대답했다.
 
"전쟁군주들이라면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라데가스트라면 그러지 않을 걸." 에프리디트가 다시 말했다.
 
"요즘 라데가스트를 본 적이 있나? 그는 전쟁에 지쳤다. 그만큼 오래 전쟁을 겪은 이도 또 없으니까."
 
"그런 핑계를 댈 순 없지. 우린 내분을 종식시키려고 그의 수하에 들어온 거잖아."
 
펠윈터는 일어섰다. "그러면 내가 해 볼 테니 방해하지 마."
 
***
 
하늘은 온통 하얗고 대기엔 싸늘한 냉기가 가득한 가운데, 세 사람은 무너진 남쪽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성으로 들어갔다. 강철 군주들은 노출된 통로로 들어섰고, 그들이 스쳐 지나가자 샤크스의 사람들은 황급히 멀어졌다. 아이 하나는 어머니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다들 지친 표정이었지만 굶주리고 있진 않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궂은 날씨를 버텨낼 수 있을 만한 의복을 입고 있었다.
 
강철 군주들이 모퉁이를 돌자 통로는 넓게 벌어지며 거대한 요새의 입구로 이어졌고, 거기에 샤크스가 있었다.
 
그는 고대의 플라강철 문 아래에 외풍을 막을 목적으로 빠르게 굳는 액상 고분자 물질을 조심스럽게 바르고 있었다.
 
"너무 단단하게 굳는 거 아닐까?" 펠윈터가 강철 군주들과 함께 다가서며 물었다.
 
샤크스는 일어서지 않았다. 아니,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폭풍이 지나가면 융해할 거다." 그는 두 손으로 젤 튜브를 눌러 반죽을 넉넉히 짜내며 말했다.
 
"무력으로 해결하는 건가. 싸우는 방식도 그렇다고 들었는데."
 
"그때그때 주어진 도구를 이용할 뿐이다." 샤크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분자 물질이 추위를 막을 수 있을지 유심히 살폈다. "이게 없으면 다들 동상에 걸릴 거다. 고스트가 없는 이들은 더욱더 고통받겠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 건가?" 펠윈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샤크스는 고개를 돌려 엑소를 바라봤다.
 
"이 사람들은 내 보호를 받고 있다. 난 그들에게 빚을 졌지. 강철 군주도 자기가 보호하는 이들을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고스트가 없는 자들을 보호하려고 강철의 칙령이 정립된 거야." 펠윈터가 대답했다. "네 영토를 포기하고 우리에게 합류해라. 네 빛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우리가 보여주겠다."
 
"오만하군. 사이탄에게도 똑같이 말했겠지. 그와 그의 고스트를 죽이기 전에."
 
살라딘은 충격에 휩싸여 에프리디트를 바라봤다. 그녀는 애써 모른 체했지만, 한 손은 캐논 언저리에 가져다 두었다.
 
"당신들의 칙령은 상대의 완전한 죽음을 허용하지 않는다." 샤크스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쟁군주를 죽였지. 그리고 소문이 사실이라면, 강철 군주까지도."
 
펠윈터의 눈이 조용히 불타올랐다.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친구들이었나?"
 
"난 친구가 없다. 그저 보호해야 할 사람들만 있을 뿐."
 
"네 도움이 필요하다." 펠윈터가 대답했다. 
 
"이미 세인트-14을 데리고 있지 않나."
 
"세인트는 강철 군주가 아니라 대변자를 섬긴다. 네 칭찬을 많이 하던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난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고, 당신들은 여기 들어올 수 없다. 내가 이 영토를 지키고 있는 한, 당신네 세력 다툼의 부수적 피해가 우리 국경 안쪽에 미칠 일은 없어. 강철 군주든 전쟁군주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남쪽 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던데."
 
"이제 슬슬 짜증 나기 시작하는군. 결투하러 온 건가, 징징대러 온 건가?"
 
펠윈터는 이제 샤크스와의 거리가 1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강철 군주는 앞으로 나서며, 공기 중에서 태양 검을 꺼내 샤크스를 향해 내질렀다. 전쟁군주는 옆으로 비켜서며 투구를 향해 날아드는 타오르는 칼날을 피한 후, 다시 허리를 숙여 수평으로 베어 오는 검을 피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며 펠윈터가 석조 바닥을 향해 휘두르는 무기를 피했다. 에테르 불길과 태양 빛이 주위를 가득 채우고—
 
샤크스가 휘두른 등주먹이 펠윈터의 머리에 꽂히고, 머리는 그대로 어깨에서 떨어져 나오며 불꽃의 비를 내뿜었다. 강철 군주의 육체가 무너져 내리며 그의 빛도 죽었다. 
 
에프리디트가 콜록, 기침을 하고 살라딘은 투구 안에서 두 눈을 끔뻑거렸다.
 
엎어진 펠윈터의 사체 위에서 고스트가 펼쳐지듯 나타나고, 쏟아지는 빛의 기둥 속에서 강철 군주는 다시 살아났다.
 
"공허의 힘을 사용했어야지." 샤크스가 말했다. "아니면 이 요새를 모조리 무너뜨리지 그랬나. 그랬으면 싸워 볼 만했을 텐데."
 
강철 군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희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했겠지."
 
샤크스의 두 손이 내려앉는 달처럼 펠윈터의 어깨를 감쌌다. "내가 막았을 것이다. 그래도 생각은 올바른 것 같군. 이제 여길 떠나라." 
 
전쟁군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나 남쪽 벽 쪽으로 향했다.
 
"시간이 더 필요해." 살라딘과 에프리디트가 입을 열기 전에 펠윈터가 말했다.
 
살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라데가스트가 이미 악마의 가문에 대한 공격전에 우릴 지명했다. 발사 기지에서 폭동이 일어났어. 샤크스를 상대할 기회는 이번뿐이었고, 우린 실패했다."
 
"몰락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격전이 군주 한 명 때문에 달라지지는 않아. 시간만 좀 벌어 주면,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하겠어."
 
"시간이 없다. 당신이 그렇게 말했잖나. 전쟁군주들이 무리를 이뤄 이 요새를 공격할 거다."
 
"내가 다시 도전하면 그럴 일 없어."
 
"그는 말 그대로 당신 머리를 떼어냈다." 살라딘이 대답했다.
 
에프리디트는 헬멧 위로 턱을 만지작거렸다.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것 같아. 샤크스에게 도전한다고 하면 이 지역 전쟁군주들도 순순히 받아들이겠지." 헬멧 아래에서 그녀의 두 눈이 펠윈터를 보며 깜빡였다. "샤크스는 확인된 처치가 한두 건이 아니야. 그것도 최후의 죽음. 그에게 도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겁쟁이들이라면 대부분 그럴 일이 아예 없고, 당신이 다시 도전하겠다면 기꺼이 자리를 내주겠지. 샤크스가 당신 고스트를 노릴 때까지…"
 
펠윈터는 악천후를 막을 수 있도록 처리해 둔 플라강철 문을 바라봤다.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가 대답했다. "게다가, 이 사람들만으로는 남쪽 벽을 수리할 수 없어. 다가오는 폭풍에 다들 최후를 맞을 거야. 내가 도와야지."
 
"그렇다면 계획을 변경해야겠군." 살라딘이 말했다. "당신이 우릴 위해 시간을 버는 거다."
 
"뭐?" 엑소가 말했다.
 
"우리가 몰락자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샤크스를 붙잡아 두란 말이다. 우리는 그 후에 이 성으로 돌아오겠다. 에프리디트, 잠깐 얘기 좀 할까?" 살라딘은 그렇게 말하고는 망토를 휘날리며 샤크스와 같은 방향으로 떠났다. 방에는 펠윈터만 홀로 남았다.
 
***
 
에프리디트는 콧방귀를 뀌었다. "몰랐어?" 자갈과 눈으로 뒤덮인 산길을 살라딘과 함께 내려가며, 그녀는 바람 소리 너머로 외쳤다.
 
"펠윈터가 맹세 파괴자라는 사실 말인가?" 살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몰랐다."
 
"라데가스트가 그를 왜 싫어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고?" 그녀가 물었다. "그거 대단한데."
 
"동의한다. 왜 이렇게 된 거지?"
 
"펠윈터의 확인된 처치는 하나도 빼지 않고 강철의 칙령을 어겼어. 증거가 충분했지. 고스트 살해자. 살인자. 그보다 더 끔찍한 악당들. 전부 다. 하지만 한 번도 허가를 요청한 적은 없어."
 
"펠윈터는 세인트-14이 아닌데. 대체 왜 그런 거지?"
 
"작전상 필요했다고 하더군."
 
살라딘은 콧방귀를 뀌었다. "엑소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처음 듣는군."
 
"어떤 식으로?"
 
"보통은 표현력이 더 좋지 않던가."
 
"이러면 계획이 달라질까?"
 
살라딘은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맴도는 시체새 세 마리를 바라봤다. "계획은 없다. 이 악마의 봉기를 진압한 후, 강철 군주의 전력을 동원하여 정면 돌파할 계획을 수립할 뿐. 그때까지 펠윈터가 샤크스를 바쁘게 해 주면 좋겠군."
 
에프리디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람들이 죽을 거야."
 
"전쟁군주가 그를 먼저 공격한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거다. 샤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겠지."
 
***
 
샤크스와 펠윈터는 에프리디트와 살라딘이 부서진 남쪽 벽을 떠나 눈 덮인 고원에서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떠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샤크스가 침묵을 깨뜨렸다.
 
"다시 도전할 거야." 펠윈터가 대꾸했다.
 
"오늘은 안 되겠다." 샤크스는 고개를 저었다. "내 고스트가 밤이 오기 전에 눈이 내릴 거라고 하더군."
 
 "그래." 펠윈터가 말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몰락자 보행 탱크였다."
 
"황금기의 고분자 물질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폭풍이 밀려들기 전에 이 벽을 수리할 순 없어."
 
"그렇지." 샤크스도 동의했다. "내 빛이 벽이 될 거다."
 
"새벽의 수호물? 사람들이 동상에 걸릴걸. 여기 필요한 건 빛의 샘이다. 내 빛이 벽이 되어야 한다."
 
"내 태양의 망치가 폭풍을 견뎌낼 만큼 밝게 타오르지 않을 거라는 말인가?"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 그리고 이 성을 불태워 버릴 테고. 내게 맡겨라."
 
"내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다. 하지만 피신처가 필요한 거라면, 여기에 머물러도 좋아."
 
"그들을 '내 사람들'이라 부르는군. 네가 그들을 통치하나? 왕처럼?"
 
"난 그들을 보호한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하는 왕들도 있을걸."
 
가랑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 산에 이름은 있나?" 강철 군주가 전쟁군주에게 물었다.
 
"아니."
 
"내 산은 펠윈터 봉우리라고 부른다."
 
"누가 물어봤나?"
 
***
 
폭풍 때문에 며칠 동안 아무도 산길을 올라오지 못했다. 펠윈터와 샤크스 덕분에 성 사람들은 대자연의 습격을 무사히 견뎌냈다.
 
살라딘과 에프리디트는 몰락자와의 전쟁이 적어도 몇 주 정도는 더 계속될 거라는 전갈을 전해 왔다.
 
그래서 펠윈터는 다시 도전했다. 샤크스는 수락했다. 강철 군주는 부서진 남쪽 벽 너머, 뒤쪽 평원에서 전쟁군주를 만났다.
 
펠윈터는 손바닥을 내뻗어 샤크스의 무게 중심을 공격했다. 전쟁군주는 미끄러지듯 옆으로 비켜서며 분출되는 공허 빛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후, 등주먹으로 펠윈터의 머리를 강타하여 상대를 뒤로 벌렁 자빠뜨렸다.
 
펠윈터는 버둥거리며 무릎을 꿇은 후, 긴 코트를 휘날리며 두 발로 일어섰다. 머리의 갈라진 틈에서 불꽃이 분출됐다. "얼마나 많은 전쟁군주가 네게 도전했지?" 그가 물었다.
 
"백 년 전에 세는 걸 중단했다." 샤크스가 대답했다. 그는 옆으로 선 자세를 유지하며 엑소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난 멈추지 않을 거다. 쉬지도 않을 거야." 펠윈터가 말했다. "전쟁군주들도 나와 똑같아. 그들이 서로를 끝내는 걸 거부하는 이유는 무슨 규약이나 강철의 칙령 때문이 아니야. 그저 죽는 게 두렵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자들이 이 세계를 영원히 더럽힐 거다." 펠윈터는 공격하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우리 중 몇 명과 싸우려는 거냐?"
 
"필요한 만큼 싸울 거다." 샤크스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후 그대로 엑소의 방어를 지나쳐 등주먹을 펠윈터의 관자놀이에 꽂았고, 엑소의 머리는 그대로 산산이 조각났다.
 
***
 
하늘이 맑아서, 펠윈터는 다음 날 다시 도전했다.
 
샤크스는 수락했다. 
 
그들은 뒤쪽 평원에서 만났다.
 
"네 사람들이 여기서 얼마나 오랫동안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펠윈터가 물었다.
 
"당신보단 오래 버티겠지." 샤크스가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단 몇 초간 근접 공격을 교환한 후 난데없이 날아온 무릎이 강철 군주와 머리를 분리시켰다.
 
엑소의 고스트가 그를 되살렸을 때, 샤크스는 이미 남쪽 벽으로 돌아가는 길을 절반쯤 지나간 후였다.
 
"저들이 여기 얼마 동안이나 머물 거라고 생각하지?" 펠윈터가 그를 향해 외쳤다.
 
전쟁군주는 돌아섰다. "무슨 말이냐?" 그가 물었다.
 
"네 사람들이 여기 얼마 동안이나 머물 것 같아? 이 겨울을 견뎌낼 순 없을 거야."
 
"난 방법을 찾을 거다."
 
"방법이 있어. 강철 군주에 합류하지 않겠다면, 그냥 우리 도움을 받기라도 해라."
 
"당신네들의 전쟁 때문에 내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그보다 더 끔찍한 일도 겪었고. 절대로 당신을 믿지 않을 거다."
 
"네가 부탁하면 듣지 않을까. 네가 왕이니까."
 
"난 왕 같은 게 아니다."
 
"증명해 봐라."
 
"네게 증명할 필요는 없다."
 
"그들에게 증명해라."
 
***
 
몇 주 후, 에프리디트와 살라딘이 번쩍이는 무기를 든 은빛 군대를 이끌고 돌아왔다.
 
강철 군주 아홉 명이 샤크스의 산기슭에서 탈것으로부터 내려섰다.
 
전쟁군주 열두 명이 이 지역 전역의 다채로운 스타일로 방어구를 차려입고 산을 오르는 길에서 그들과 마주 섰다. 양쪽에서 입자 무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납탄 소총도 이미 발사 준비를 마친 후였다. 
 
펠윈터와 샤크스는 무너진 남쪽 벽에서 그들을 바라봤다.
 
"친구들이 도와주러 왔군." 엑소가 말했다.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난 친구가 없다." 샤크스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저들에게 그렇게 말해. 사격이 시작되기 전에 중단시키라고." 엑소가 말했다. "네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할 거야."
 
"협박하는 건가?" 전쟁군주가 물었다.
 
"아니. 그들은 우리와 달라.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그들과 함께 죽을 수 있어."
 
샤크스는 강철 군주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당신들은 당신네 문제가 아닌 일에 쓸데없이 끼어드는 경향이 있지. 라데가스트가 특히 그렇고."
 
"라데가스트는 부서졌다. 우리가 보호하는 모든 이들의 무게를 자기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더군. 그 누구에게도 그런 힘은 없지. 아무리 빛의 운반자라고 해도 말이야."
 
"당신은 왜 그들을 돕는 거지?"
 
"강철 군주가 이 세상을 바꿀 거니까. 그건 아무도 막을 수 없어."
 
"나는 당신을 막았다."
 
"네 사람들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어. 전쟁군주들에게 물러나라고 해라. 네 말이라면 들을 거야. 널 두려워하니까. 넌 강철의 칙령에 얽매여 있지 않아."
 
샤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가 여기에서 죽어 버릴까 봐 두려워한다."
 
***
 
다른 전쟁군주들은 떠났다.
 
샤크스는 강철 군주들과 함께 산길에 섰다.
 
그는 그들을 내려다봤다.
 
"누가 이겼어?" 에프리디트가 물었다.
 
"샤크스." 펠윈터가 말했다. 그는 샤크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샤크스가 이겼지." 엑소는 에프리디트와 함께 잠시 옆으로 빠져나와 샤크스의 사람들을 발사 기지에 있는 보스토크 천문대로 대피시킬 계획을 논의했다.
 
다른 군주들은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고, 살라딘과 샤크스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반갑군." 살라딘이 말했다.
 
"반갑다." 샤크스가 말했다.
 
둘은 악수했다.
 
"강철 군주 샤크스인가?"
 
"아니."
 
***
 
펠윈터, 살라딘, 에프리디트는 펠윈터의 봉우리 꼭대기에 있는 요새의 거대한 참나무 탁자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샤크스 성의 홀로그램 청사진이 탁자 위에 떠 올라 있었다.
 
"보안 코드를 뚫으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거야." 엑소가 요새 지하 1.5킬로미터 지점에 뻗어 있는 통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도 여기 이렇게 있어. 지구 전역에 있는 것들 중 하나지. 다른 행성에도 있을 수 있고. 그중 일부는 다른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어. 전부 황금기 것이고. 무기나 방어구, 나노 기기가 감춰져 있는 곳도 있지."
 
"그게 뭐지?" 살라딘이 물었다.
 
"세라프 벙커. 라스푸틴의 기술이야."


암흑기 후기 이후 언젠가.

"당신은 이 '전쟁지능'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어." 티무르가 펠윈터에게 말했다.
 
그들은 몰락자의 영토를 스치며 벌써 몇 시간 째 걷고 있었다. 티무르는 굳이 적을 피하려 하지 않았고, 펠윈터는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사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티무르는 입을 다물지 않았다. 계속해서 펠윈터에게 SIVA에 관해 뭘 알고 있는지 물었다. 전쟁지능이 그걸로 뭘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펠윈터가 원래 말이 없는 편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는 티무르가 세라프에 대해 물었을 때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티무르는 그렇게 성가실 때가 많았다. 괜찮았다. 덕분에 아직은 펠윈터가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섕크를 또 한 무리 만나자, 펠윈터는 잠시 뒤로 물러나 티무르에게 전투를 맡겼다. 티무르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는 펠윈터가 느끼지 못하는 열정과 열의에 가득 차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기억의 공허에서 당신을 부르는 게 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티무르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과거의 끝이 현재를 오염시키는 곳 말이야."
 
펠윈터는 기대감에 온몸을 긴장했다. 주위 세계가 한없이 축소되어, 어느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손에 들린 보조 무기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고스트가 헬멧 통신기에서 속삭였다. "기다려요."
 
티무르는 무모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는 펠윈터가 등 뒤를 지켜봐 줄 거라 믿었고, 펠윈터는 믿음에 응했다. 그가 걸어가는 걸 지켜봤다. 그의 고스트도 지켜봤다. 몰락자가 아주 많았다.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 돌아가서도 어렵지 않게 핑계를 댈 수 있을 것이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아요." 고스트가 그와 함께 뒤로 물러서며 속삭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그는 보조 무기 손잡이를 감싸 쥐고 손을 조금 들어 올렸다…
 
…그리고 티무르가 돌아서는 모습에 다시 내렸다. "가렵긴 한데 도저히 긁을 수 없는 곳 같지? 글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펠윈터의 표정은 공허했다. 보조 무기를 쥔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내가 그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나?" 그는 다시 돌아서서 앞장서는 티무르를 향해 물었다. "모든 엑소가 그렇다고?"
 
"펠윈터 경, 나는 당신 정체를 알고 있어." 티무르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펠윈터가 다시 보조 무기를 들어 올렸다. 익숙한 두려움이 가슴에 똬리를 틀었다. 미래가 변하는 것이 보였다. 또다시. 그가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또다시.
 
도망치는 건 지긋지긋했다.
 
그는 보조 무기를 티무르의 뒤통수와 같은 높이로 들어 올렸다.
 
티무르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여전했다. "난 당신 정체를 알고 있어." 그가 말했다. "당신은 전쟁지능도, 그 꼭두각시도 아니야."
 
펠윈터의 팔이 아래로 내려와 흔들렸다. 온몸의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 같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현기증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고스트가 다시 무슨 말을 속삭였지만, 그는 안도감에 휩쓸리느라 듣지 못했다.
 
"이리 와." 티무르가 말했다. 그는 방금 죽음과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특유의 오만한 태도로 걸었다. "이건 꼭 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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