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우상

a123456 2020.06.13 06:03 조회 수 : 50

 

 

거짓 우상

 

대사제는 그의 말라붙은 신 앞에 무릎을 꿇고는 솔이 실패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부서진 신념의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어느 지혜도, 낡아버린 고서 안에 적힌 타락한 의식도, 이미 잃어버린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고, 시도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수천 명의 의지가 빛과 코드에 의해 침묵 되었으며, 이내 곧 환상은 사라졌다. 그는 한때 이를 이단 행위라고 불렀다.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슬과 양 끝에 묶여 있는 자들만이 존재할 뿐.

노크리스는 하늘에 떠 있는 눈 부신 태양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신성함이란 무엇인가? 그저 쓰러진 동상으로, 오래된 것의 죽음으로부터 힘을 갈망하며 울부짖는 군단을 자극할지도 모르는 것. 무능한 이들에 의해 신은 추락했고, 진흙탕 속에 파묻혔다.
 


노크리스는 화성의 북극에서 겨울의 추위에 휩쓸렸다. 표면 아래 얼어붙은 것들을 되살리기에 그의 힘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눈을 감고 정신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솔의 힘을 찾아 헤맸지만, 몇 달씩 단절된 탓에 아무런 신호도 잡아낼 수 없었다.

그의 탐색으로 알아낸 건 솔은 살아남았고, 다른 세계의 설각 안 깊숙이 묻혀 잊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의 옛 신과 조금이라도 접촉하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건 냉담하게 연을 끊기 위한 발버둥뿐이었다. 그의 사명을 완수하기에 힘이 부족한 노크리스는 끝내 버림받았다. 벌레는 다른 자에 의해 지배되길 추구했고, 이오 내부에서 자신이 납득할 만한 주인의 노예로서 힘을 휘두르길 바랐다.

솔의 잔해로 인한 영향이 아직도 화성에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있어 발톱에 쥔 벌레의 가죽 찌꺼기보다 더 유용한 건 없었다. 그는 배를 채우기 위한 죽음이 충분치 않았고, 비상식적인 변화를 강요할 수 없었지만, 필요한 폭력을 대신 휘둘러줄 자들을 알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계획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수년간 탐험하지 않았던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속삭임이 들려 왔다.
 


그는 솔의 잔해를 손에 너무 오래 쥐고 있던 탓에 그의 손에 있던 뼈 도금의 홈에 스며들기까지 했다. 이를 이용하여 검의 논리로 인해 여태까지 손댈 수 없던 장소를 억지로 비집어 열기로 했다. 그의 되살아난 군단으로 시체 군대를 이용해 승천 관문을 스스로 만들 계획이었다. 갈라진 키틴의 빙판 아래 썩은 악취를 풍기는 노예들이 그를 둘러싸 의식의 시작을 기다렸다. 그들이 새롭게 되살아나는 만큼, 영혼 불꽃이 점화했다.

그는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잠들어있는 목줄을 끌어 올려, 솔의 허물과 연결한 후, 실제 형상을 빚어낸 후 그의 의지대로 조종했다. 미끼는 준비되었다. 예상대로 빛의 요원이 분노와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차 나타났다. 그들은 복종적이고 무자비하며, 그저 명령받은 역할 그대로 그들의 빛의 거스르는 모든 것을 정화하는 행위만을 수행했다. 그들의 의로운 대학살은 노크리스에게까지 다다랐으며, 굴복자 왕좌로부터의 시선이 그의 그물을 응시했다.

매번 그래왔듯이, 하늘의 가신들은 반음영 심연으로 들이닥쳤다. 솔의 부활을 두려워한 그들은 달궈진 철근이 등에 닿은 마냥 격노하였다. 그는 그 두려움을 이용하였다. 그의 죽음은 주문을 봉인하고 그의 영혼이 승천 차원으로 비집어 들어갈 수 있도록 바늘구멍을 뚫는 제물로 바쳐졌다.

하지만 노련함에 있어 한 수 앞선 그녀는 그의 교활함을 알아챘다. 그녀는 노크리스가 예정했던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았고, 그 대신 그녀의 구역 경계로 이끌었다. 그의 시야가 밝아지자 그의 눈은 사상의 지평선 너머 밤의 영광을 입은 굴복자 여왕을 찾기 위해 열중했다.
 


기이한 왕좌가 그의 눈앞에 있는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왜곡과 중력렌즈 효과로 뒤덮인 거짓의 여왕이 짐작할 수 없는 거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적색편이 현상을 띄며 그를 둘러싸 불협화음을 만들었다. 그녀의 존재, 왕국 그 자체는 끝이 없는 무한의 차원이었다.

사바툰의 말이 앞으로 뿜어져 나왔다. "계약 파기자. 이단자가 서 있군. 무슨 낯짝을 가지고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났는가?"

"벌레의 식욕을 충족시켰지만, 힘이 충분치 않더군." 그가 말했다. 노크리스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으며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직시했다. 차원 안에 있는 그녀의 윤곽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쇠퇴하는 건 그들의 말로다. 하지만 네가 사용한 방법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사바툰의 말에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노크리스는 얼굴의 살갗을 다듬어 해골과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검에는 진실이 없다. 벌레는 얕은 야망의 신이고 어느 것도 통치하지 못한다."

"용기 있는 발언이구나. 그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노크리스는 이곳에 이끌려온 이후 처음으로 머리를 숙였다. "여왕은 총명하다. 당신은 내 아버지의 단순한 야망도, 영광을 향한 내 형제의 취향도 닮지 않았다."

"나를 따르고 싶은가?" 희미한 모습이 커져가는 빛 사이로 움찔거렸다.

"날 버린 자를 따르는 삶은 이제 끝났다. 이제 옛 계약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 우리의 혈연뿐이다."

"그렇다면 서로 의지하도록 하지."

노크리스는 시선을 들어 올렸다. "신에게 나는 어떤 의지가 되는가?"

"신이 아니다."

그가 끄덕였다. "항상 그랬던 거군."

사바툰의 음성이 사방에서 그에게 집중되었다. "당신은 찬탈자, 사슬의 끝을 당기는 자."

"난 그저 방해꾼 역할인가, 아니면 학살을 기다리면 되는가?" 실망에 찬 목소리로 노크리스가 말했다.

"아니, 넌 가시다. 금지된 의식으로 심연을 피해 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가 널 두려워하듯, 심연도 날 두려워한다. 무관심이 이어지면, 지식이 강탈한다. 이로써, 너의 목적을 내 구역에서 찾았다."

대사제의 어깨가 곧아졌다. "나를 두려워한다고?"

"어릴 적, 큰 의도는 없었다. 우리가 그때 보지 못했던 너의 가치를 지금 난 보았다. 검에 눈이 멀어 너를 거부한 자들은 죽음의 낫에 먼지가 될 것이다."

"내가 도구의 역할인가?"

"너는 체제다. 사슬의 움직임을 관리하는 체제." 사바툰의 음성이 그의 두개골을 부드러운 약속으로 가득 채웠다. "체계를 집어삼키는 너의 강령술을 나에게 가르쳐다오. 그걸로 우린 함께 우리를 심연으로 끌고 가는 이 불변의 논리를 피해갈 방안을 찾아낼 것이다. 그들의 거대한 게임의 조각을 우주 전역에 흩뿌리는 계략이 될 것이다."

"솔이 나에게 했듯이, 난 거래를 요청한다. 지식과 지식의 교환. 나에게 꿈꾸는 정신의 재능을 갖게 해준다면, 당신이 바라는 것을 가르쳐주지."

"어둠의 파도가 몰아치는 가운데에서 반항적인 흥정이라, 좋다. 내 형상을 닮아 새롭게 태어난 내 상징을 걸고, 우리의 거래는 새로운 시작을 알릴 것이다."

"주인들이 이 곳에 집합할 예정인가?" 노크리스의 말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들을 거스를 생각인가?"

"직접적으로는 아니다. 출현의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림자가 나타나 알려줄 것이다."

"연결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인가?"

"하늘이 심연과 만나는 곳에서 너는 불협화의 씨앗을 심을 것이다. 그 결과, 스스로 전능하다고 믿는 자들의 기생적인 성향으로 인해 우리의 계획은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노크리스는 그녀의 음모를 인지했다. "많은 자의 의지가 우리 앞에 무릎을 꿇었으니. 더는 우리를 이용할 수 없으리라."

"자유. 그들은 서로 방해할 것이다. 우리는 그사이를 지나가면 된다."

"인지하였다."

"내 이름을 부르거라."

"사바툰, 누구에게도 정복되지 않은 자, 검 파괴자, 그리고 굴복자 왕좌의 여왕."

"넌 나와 연결되었다. 가서 내 의지를 실현해라."

노크리스는 그녀의 앞에 나타났을 때와 같이 사바툰의 구역으로부터 쫓겨났다. 그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은 채, 승천 차원 안을 이동했다.

그의 뒤에서 사바툰의 구역이 희미해졌고, 무대의 커튼이 떨어지듯 아른거리는 환상이 사라졌다. 특이점의 어둠 핵이 흔들렸고, 중력의 우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 도착한 곳에는 노예 한 명뿐이 있었다. 그것의 죽음은 변질의 영겁에 퍼져 나갔고, 벌어진 입에서는 굴복자 여왕의 변덕의 말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녀의 존재는 신기루일 뿐, 노크리스는 인지하지 못 한 채 그녀의 거짓으로 물든 인형과 대화했던 것이다. 실제로는 노예만이 특이점의 궤도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내비칠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사바툰은 머나먼 초월의 골짜기에서 그녀가 가상으로 만든 구역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새 동맹은 두 개의 힘을 생산해냈으며, 하나는 노크리스의 헌신, 그리고 다른 하나는 특이점에 위치한 대리 노예로 인한 그의 기만이었다. 그녀는 그의 필사적인 협정을 받아들였고, 앞으로 다가올 힘든 여정에 대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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